농지오케이의 횡설수설

아들 내외와 같이해서 행복했던 벌초 하던 날

농지오케이윤세영 2009. 9. 21. 21:09

아들 내외와 같이해서 행복했던 벌초 하던 날

 

 


올해도 예년처럼 그져 아내와 고향의 여동생과 같이 벌초를 하려고 했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없이 그져 그리하려니 마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새아기가 전화를 하여 집으로 오겠다고 하자

그날은 벌초하러 가니 오지 말라고 하니까 함께 따라 가겠단다


지금 임신초기라 입덧이 심하여 몸도 야위고

본인이 이래저래 많이 힘들텐데

따라 나세겠다는 그 마음이 갸륵하여 만류했지만

아들놈까지 설득해서는 함께 따라 나섰으니...

거기다가 과일을 예쁜 그릇에 담고

옥수수까지 쪄서 담아 가지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고향의 선산에 도착하였다

7대조부터 증조부까지의 벌초를 하려고 산으로 들어서니

반기는 것은 산모기가 어찌나 극성스럽게 덤비는지...

아내와 새아기는 저기 냇가에 가서 있으라 하고 아들과 함께 벌초를 했다

아들과 둘이서 마치 팔뚝에 무슨 두드러기가 돋듯이 모기 물린 자국이 울긋불긋하다

그래도 괜찮다고 하는 녀석이 믿음직스럽고 대견하기만 하다


점심을 용문사 들어가는 입구의 주변 식당에서 사먹었는데

즈네들이 돈을 내겠단다

그러나 오늘은 나의 일이라 내가 계산을 했다

점심값을 내겠다는 그 말에 그 몇 배의 고마움이 배여 나고 대견스럽다


오후에는 선산에서 조금 떨어진 내가 나고 자란 마을에 있는

부모님 묘소를 벌초하러 고향마을로 갔다

올해 자주 들르지 않았더니 잡초가 많이 나있고

우메 멧돼지란 놈이 엊그제 내려와서는 한바탕 갈아 놓고 가벼렸다

자주 찿지 못한 죄송한 마음에 부리나케 벌초를 시작했다

나는 예초기를 휘두르고  아들은 갈퀴질을 하고

내사랑과 새아기와 여동생은 야외용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벌초를 하면서 바라보니 정답게 나누며 웃는 모습이 마냥 흐뭇하기만 하다

가을의 햇살아래 고향의 하늘아래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란...

벌레들이 덤벼들고 새아기가 좀 힘들어 하는 듯 하다


한참 익어가는 밤을 줍거나 산에 들어가면 영지 버섯이 있으련만

아내와 새아기는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그런 일은 무리인 것 같았다


예초기가 고장이 낫다고 하면서 고치러 가는 척하며

동생네 집에 가서 있으면 벌초와 밭에 풀을 깎고 가겠노라고 하면서

내사랑과 새아기를 쉬도록 배려를 하였다


오늘은 온종일 8시간이 넘도록 예취기 작업을 했는데도

아들 내외와 같이 해서인지 하나도 힘들지 아니 하였다


저녁에는 양평의 소문난 한우 등심으로 한상 차려 먹였다

입덧이 심하였는데  잘 먹는 새아기 모습을 보니 예쁘다

직장에 나가느라 같이하지 못한 딸애가 생각 났다

같이하였으면 더욱 좋으련만... 욕심은 한이 없나보다


오늘의 벌초는

정말로 기분 좋고 행복한 날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