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글 추천도서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너는 우리에게 이런 아이였었다)

농지오케이윤세영 2008. 9. 11. 22:56

사랑하는 나의 아들 경섭아

 

이제 보름정도만 지나면 나와 네 엄마가 만들어 놓고 가꾸어온 둥지를 떠나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너와 민경이만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다니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구나

 

요즈음은 가끔 남들이 흔히 말하는 얘기가 생각나곤 한다

자식은 결혼을 하면 동포이고 해외로 나가면 해외동포라고들...

이제 친척도 아닌 동포가 되는가 하고 말이다

 

단칸방에서 처음 갓난 너를 데리고 살림을 시작하고 오손도손 살아가던 그시절...

유난히도 어려서 경기(놀라는것)를 잘 일으켜  네 엄마를 놀래켜서

밤이면 이웃 마을 의원에게 너를 둘쳐업고 뛰어 가서 침을 맞게 했던 일...

노느라고 정신 팔려 자연농원에서 잃어 버리고 찿아 헤맺던 일...

옆집의 여자애들한테도 곧잘 맞고 들어와서 엄마를 속상하게 했고

그럴때면 너도 손이없니 발이없니하고 때려 주라고 하면

"엄마 맞으면 얼마나 아픈데 어떻게 때려 " 하면서

마음이 모질지 못하고 착하게만 자라 주었던 너로 인해  

그런 말을 했던 엄마를 머쓱하게 만들었던 너였는데....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다고 칭찬을 받고 신나하던 일

온갖 상을 휩쓸어 가져와서 자랑하던 너의 모습이 선하구나

물론 한때에는 오락게임에 빠져 엄마 속을 썩이기도 했고

네 스스로 공부를 해 보겠다고 하면서 공부가 뒤쳐져서 속을 상하게도 했었

 

공무원의 박봉이라 용돈도 제대로 못주어서 항상 부족했을텐데도

불평 한번 없이 잘 자라준 네가 고맙고 대견스럽단다

대학에 들어가던해  그 무덥던 여름방학 이었었지

일부러  공장에서 힘든 아르바이트를 시켰는데도

불평 한마디 없이 그 어려움을 참아내고 한여름을 보냈던일

그때 이 아빠는 내아들이

이세상 어디에 내어 놓아도 험한풍파를 헤쳐 나갈수 있으리라 믿는 계기가 되었고

그 후로는 너를 항상 믿고 지켜 보아 왔단다

 

대학교 3학년때에  네가 고시공부를 하겠다고 하였을때 

너를 부추기지는 않았는지...

내 욕심에 너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공부를 하게 했던것은 아니었는지

좁은 고시원에서 보내게 했던일은 항상 너에게 미안하고 죄스럽기까지 하단다

친구도

친척도

아니 너 자신도 잃어 버린 10년은 아니었는지 싶기도 하고...

그러나 모든 것을 잃어 버린 세월은 아니었으리라고 본다

앞으로 네가 살아가는데 잃은 것만큼의 도움은 될것이라고 본다

 

네가 민경이를 처음 데려 왔을때에는

초등학교 6학년때 서울로 전학을 시키던일이 갑자기 생각이 났단다

너를 총학생회장인가로 선정해서 전학을 해줄수 없다고  만류하시던

교장선생님이

네 처 외할아버지가 될 줄이야 어찌 알았겠느냐

참으로 세상은 알다가도 모르겠고

착하게 정도를 걸으면서 살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단칸방  월세에서 전세로

그리고 내집을 마련하고 이사하면서 좋아했던일

그리고 서울에 내집을 마련하고

또 아파트를 마련하고 들어가던날의 그 기쁨이

어찌 너를 기르면서 웃고 울고 했던것보다 더 낫다 할수 있겠냐

이세상의 어떠한 고통보다도 네가 아픈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고

이세상의 어떤 기쁨보다도 네가 잘했을때보다 더 기쁘고 흐뭇했겠느냐

그 누가 너를 못낫다고 한다 해도

그누가 너를 잘낫다고 한들

이 아비와 엄마의 마음은 항상 네가 가장 잘나 보이는데 어찌하겠느냐

 

우리는 네가 있어 그 어려움을 극복할수 있었고

우리는 네가 있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단다

이제 너도 민경이와 그런 가정을 가꾸고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제는 너만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네 행복을 키워가기 바란다

 

사랑한다

경섭아

 

너를 가장 사랑하는 이 아빠가